하도급사, 관계단절 우려로 문제제기 못하고 전전긍긍
공정위 감시의 사각지대… 업계 “실태조사 확대해야”

하도급법에 부당특약 금지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였던 부당특약들이 ‘현장설명서’ 등에 버젓이 존재하며 하도급업체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도급 계약 관련 서류는 하도급 계약서에 첨부되는 계약 일반조건과 특수조건 순으로 표준하도급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 하도급법에 부당특약 금지제도가 도입되면서 하도급업체들을 괴롭히던 상당수 부당특약들이 계약특수조건에서도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부당특약들은 그 하위 자료들인 공사 세부설명서나 현장설명서 등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거나 새로 생성돼 하도급업체들에게 책임과 비용을 전가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공식 계약서류가 아닌데도 대금정산 등 단계에서 근거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강력한 위력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하도급 실태를 파악할 때 특수조건 자료까지만 조사하고 있고, 하도급업체들도 원도급사와의 거래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현장설명서까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원도급사들이 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굵직굵직한 부당특약은 금지법으로 사라졌지만 잔잔하게 하도급업체들에게 책임이나 비용을 전가시키는 부당특약들은 사각지대인 현장설명서 등에 여전히 존재한다”며 “정산때 이를 근거로 이것 빼고 저것 더하고 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일반조건이나 특수조건에 ‘현장설명서에 준한다’고 표시해놓고 정작 설명서를 주지는 않아 어떤 책임을 지는지 모르고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위가 여기까지 실태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