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보고, 일률적인 단가 인하의 기준이 된 가격과 실제 하도급대금 간 차액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봅시다.

동일한 비율 또는 차이 반영하지 않고
일정구분에 따른 비율로 단가 인하했다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 인하한 것으로 봐야

선박건조업을 하는 A는 임가공업을 하는 B(수급사업자)와 선박블록 조립작업을 제조위탁하는 하도급계약을 하였는데, A는 B에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종전 계약단가를 기준으로 각 분야별로 25%, 30%씩 일률적인 비율로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A의 행위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에 위반되는지를 심사하였습니다.

A는 ①경영상 어려움으로 B와의 합의가 있었고, ②인건비 하락을 반영해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A에게 법 위반 재발방지를 위한 향후 금지명령 및 인하 전 금액과 일률적인 비율에 의한 인하 후 금액과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B에게 지급할 것을 명하는 시정조치, 과징금 처분 등을 했습니다. 이에 A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하도급법에서 정한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한다는 것은 ‘둘 이상의 수급사업자나 품목에 관하여 수급사업자의 경영 상황, 목적물 등의 종류·거래규모·규격 등 개별적인 사정에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비율 또는 위와 같은 차이를 반영하지 아니한 일정한 구분에 따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결정된 인하율이 수급사업자에 따라 어느 정도 편차가 있더라도 위 기준에 비추어 전체적으로 동일하거나 일정한 구분에 따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A의 행위에 대하여 ①각 분야별로 비율을 달리하여 단가를 인하하였으나 종전계약단가상 각 분야별 세부 공정이 구분되고 공정별로 그 대금이 세분되어 있는 점, ②A의 가격인하는 각 작업의 개별적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A가 하도급대금을 25%, 30% 인하한 데에는 구체적인 계산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B를 포함한 10여개의 수급사업자에 대하여 같은 비율로 단가를 인하한 점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둘 이상의 수급사업자나 품목에 관하여 개별적인 사정에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행태 자체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따라서 공정위의 A에 대한 시정명령과 관련해서는 위 규정을 위반한 거래에서 일률적인 단가 인하의 기준이 된 가격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위 규정 위반행위의 성질상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일률적으로 상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정조치 근거 규정의 포괄성과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성질 등을 종합해 볼 때,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일률적인 단가 인하의 기준이 된 가격과 실제 하도급대금의 차액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B가 A에 대하여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A에 대한 민사소송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법무지원팀(☎02-3284-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