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건산법 4일 시행되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듯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이하 시설물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체 공제조합 분리설립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분리설립공제조합(이하 분리조합)이 기존공제조합(이하 기존조합)으로부터 조합원과 출자금을 승계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안이 오는 4일 시행되지만, ‘조합원의 자율 가입신청’과 ‘기존공제조합의 출자금 이체 동의’라는 강력한 전제조건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당초 시설물협회는 분리조합 설립을 위한 조합원과 출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자, 기존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의 출자금을 강제로 일괄이체받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현 건산법 체계상 공제조합 가입이 임의화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조합 가입 및 출자금 이체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타 업종을 겸업하는 건설업자는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기존조합과 분리조합에 중복으로 가입하게 되어 출자금이 분산되고 공제조합별 보증한도가 축소되는 결과가 초래돼 보증한도 증액을 위한 추가출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분리조합 가입여부는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건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 분리조합으로 출자금이 이체되면 기존조합은 보증기관으로서의 업무수행 기반이 축소되어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존조합이 동의한 경우에만 출자금이 이체되도록 법이 개정됐다.

분리조합 가입이 조합원 자율에 맡겨진데다 출자금 이체도 기존조합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건산법이 개정됨에 따라 시설물협회의 자체 공제조합 분리 설립은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조합원과 출자금 모집이 전제돼야 하지만, 재무안정성과 자생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신설조합에 선뜻 가입할 조합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설물업종 조합원의 60% 이상이 여타업종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이들 조합원이 공제조합 중복가입의 위험과 불편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분리조합에 가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분리조합 가입 조합원 거의 없을 것
‘기존조합의 출자금 이체 동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건산법 개정 당시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전문조합) 전체 조합원의 80%가 넘는 3만1천여개사가 이미 업종별 공제조합 설립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조합원의 강력한 반대여론을 뚫고, 기존조합이 주주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출자금 이체에 동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조합 최대실적 달성·배당 실시
분리조합 설립 명분 설득력 잃어
시설물협회가 주장해왔던 전문조합의 실적부진과 보증수수료율 및 융자이자율 인하 명분도 설득력을 잃었다. 전문조합은 지난해 자금운용투자, 임대사업 등 수익사업을 통해 1,935억원, 7.12%의 수익률을 실현하고, 보증지급금도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감축했다. 그 결과, 역대최대 실적인 7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좌당 1만원, 총 449억 원의 이익배당을 실시하고, 좌당 지분가도 7,444원 인상했다. 전문조합은 경영수지 개선 실적을 바탕으로 보증수수료율과 융자이자율도 최근 2년 간 30% 이상 인하했다.

분리조합 재무안정성, 자생력 의문
시설물협회가 계획하고 있는 분리조합의 재무건전성과 자생력도 문제다. 시설물 단일 업종 조합원의 60%가 분리조합에 가입한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출자금은 1천억원, 연간 수입은 20~30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 정도의 자본금과 수익규모로는 시설물협회가 공약한 시설물업종을 위한 교육 및 연구사업 수행은 고사하고, 자체 운영경비 조달마저 의문시 된다는 게 전문조합측 설명이다.

공제조합은 금융기관
경제적 관점에서 신중히 판단해야
이에 전문조합은 분리조합 신설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공제조합 선택은 조합원의 고유권리인 만큼 시설물업종 조합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통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조합 관계자는 “공제조합은 주주조합원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인 만큼 주주조합원 여러분께서 객관적 정보와 경제적 관점에서 신중히 판단하셔야 할 사안”이라며, “주주조합원님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고, 건설업 수행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원활히 제공받을 수 있는 공제조합을 현명히 선택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